가슴에 지핀 촛불

지슬의 세계 2017. 1. 10. 04:06

가슴에 지핀 촛불

 

지슬 박경남

 

얼마를 더 울어야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눈물이 강을 이룬다는 말을 실감해 보셨나요?

가슴을 치며 울어도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 보셨겠지요.

얼마나 큰 비밀을 간직한 것이기에

온 국민이 매달려 한마음으로 울부짖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꾸며대고 조작해야 하는 것이 당신이 할 일인가요?

가슴에 묻은 자식이 자꾸 생각나 이성을 잃은 부모를 생각해 보세요.

식음을 전폐하고 야위어 가는 가족들이 가엽지도 않은가요?

이 추운 겨울 팽목항에서 잃은 자식의 소식을 기다리는

아비 어미의 마음을 헤아려 보세요.


당신도 부지불식간에 부모를 잃었던 경험이 있잖아요.

그때 흘렸던 눈물은 눈물이 아니었던가요?

그때는 온 국민이 당신과 함께 울어 줬잖아요.

그때를 생각한다면 당신도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진실을 알고 싶어 손에 든 촛불이 다 타들어 가

촛농이 손등에 떨어져 사람인지라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에요 촛농은 금세 식어 눌어붙어 버립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요?

네! 당연하지요. 오죽하면 풍전등화란 속담이 있을까요

그러나 가슴에 지핀 촛불은 아마 죽어서도 꺼지지 않을 거예요.

벌써 1천일을 넘기고 있잖아요.

숨기지 마세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이젠 제발 그만 울게 하세요.

피멍 든 가슴 위로해 주시고 진실을 말해 주세요.

 

당신의 아버지가 말했던 것 잘 아시지요?

후세의 사가(史家)들에게 몹쓸 사람이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좋을 거예요.

지금도 당신을 원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아 있는 게 느껴지시잖아요.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비는 게 당신이 인간답게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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