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의 외출

지슬의 세계 2017. 1. 27. 04:12

민달팽이의 외출

 

지슬 박경남

 

외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같이 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에는

더 간절히 생각나는 것은 꼭 추워서만은 아니다.

 

아내의 고집은 지독하리만큼 집요하다.

꼭 자기가 선택해준 옷만 입어야 하는 철학이 있다.

그것을 철학이라고 해야 할지 분간은 안가지만

어떤 때는 은근히 화가 날 때도 있다.

 

밝고 환한 색깔의 옷을 입고 싶다.

아내는 내겐 그런 옷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선택해 주는 옷마다 우중충하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다고 하는데도 굳이 사 들고 와서

옷장에 걸어 놓으니 안 입을 수도 없고 해서

억지로 입고 다니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입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약속이 있어 외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순간이긴 하지만 한숨부터 나온다.

안 어울려도 좋다. 언제쯤 내 맘에 드는 옷을

기분 좋게 입고 외출을 할까?

 

알몸뚱이인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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