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의 외출
지슬 박경남
외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같이 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에는
더 간절히 생각나는 것은 꼭 추워서만은 아니다.
아내의 고집은 지독하리만큼 집요하다.
꼭 자기가 선택해준 옷만 입어야 하는 철학이 있다.
그것을 철학이라고 해야 할지 분간은 안가지만
어떤 때는 은근히 화가 날 때도 있다.
밝고 환한 색깔의 옷을 입고 싶다.
아내는 내겐 그런 옷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선택해 주는 옷마다 우중충하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다고 하는데도 굳이 사 들고 와서
옷장에 걸어 놓으니 안 입을 수도 없고 해서
억지로 입고 다니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입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약속이 있어 외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순간이긴 하지만 한숨부터 나온다.
안 어울려도 좋다. 언제쯤 내 맘에 드는 옷을
기분 좋게 입고 외출을 할까?
알몸뚱이인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