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장애인도 사람이오!

지슬의 세계 2017. 4. 6. 03:52

장애인도 사람이오!

 

곱게 물든 단풍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가을비치고는 여름 소나기처럼 세차게 내리고 있다.

비 맞은 가로수 은행잎들은 빗물의 무게를 못 이겨 아스팔트 바닥에 곤두박질쳐져 질퍽하게 빗물과 섞여 흘러가고 있다.

 

이젠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보다는 주 5일제가 사회에 자리를 잡으면서 불타는 목요일이 된 지도 오래된 것 같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에 따라 빗금을 그으며 내리고 있는데 밤이 깊어지니 귀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택시를 부르는 호출 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인데 호출보다는 길거리에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술에 취한 사람은 우산도 쓰지 않고 대로에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지만, 워낙 손님이 많은지라 빈 차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바빴다. 손님 내려 드리기 무섭게 차를 움직이면 어느새 손님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그렇게 정신없이 차를 운행하는데 길 가운데로 휠체어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연실 손을 흔들어 지나가는 택시에 태워 달라는 신호를 한다. “저렇게 다니면 위험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들이 바쁜 것도 있겠지만, 휠체어 탄 장애우가 차에 오르면 아무래도 시간이 지체되니까 아예 거들 떠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날씨는 추워지는데 그 비를 다 맞고 차를 잡으려니 “얼마나 추울까?” 생각하니 나라도 태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리나케 먼저 탑승한 승객을 목적지에 모셔다드리고 차를 돌려 그 휠체어 탄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중간 중간 빈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모른 척 지나쳐 휠체어를 탄 사람 앞에 차를 정차시켰다. 얼마나 많은 비를 맞았으면 옷이 다 젖어 완전 비 맞은 생쥐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차를 세우고 도와주려고 내리려니 그 장애 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능숙한 솜씨로 차에 오르더니 휠체어를 접에 차에 실었다.

어디서 오는데 이렇게 비를 흠뻑 맞았냐고 물었더니 어디서 왔다고 하는데 그 거리를 대충 잡아 봐도 몇 km는 되는 것 같았다.

그 장애우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장애인도 사람이랍니다. 어쩜 빈 차로 지나가면서 어느 한 사람도 태워주지 않는답니까?” 한다.

그놈의 돈이 뭔지 아무리 돈을 벌려고 앞도 잘 안 보이는 비 내리는 밤에 택시를 몰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우를 태워줄 생각들도 안 한단 말인가 나 스스로가 화가 났다. 또 장애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룸미러를 보니 비를 맞아 추운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어 히터를 틀어 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손님은 아저씨는 태워주셔서 감사하지 미안하기는 왜 미안하냐며 하는 말에 태워주지 않은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이 섞여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택시 운전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왜 하나님이 나를 이런 인생 밑바닥이라고 하는 택시 운전을 하게 하셨는지 원망 아닌 원망을 많이 했다. 그때 내 마음에 느껴지는 말씀이 있었다. “분명 여기서도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생각해 봐라.”

그때나 지금이나 택시기사들이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우나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짐 보따리를 든 아주머니나 아기를 업은 애 엄마들이다. 이런 분들은 골목으로 집 앞에까지 태워다 드려야 하기에 분초를 다투는 택시기사들은 자연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라도 저런 분들을 모셔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이라도 다 각기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다지만 한 다리 건너 생각해 보면 주변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장애우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남들은 다 쉬고 잠자는 늦은 시간에 돈을 벌러 나온 사람들이지만 돈 버는 목적보다 그 많은 비를 맞으며 위험하게 택시를 잡는 장애우를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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