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오지립여사

지슬의 세계 2018. 2. 7. 23:38


오늘은 제 아내 흉 좀 보려고 합니다.

 

작년 석가탄신일에 그렇게도 가 보고 싶었던

진안 마이산엘 정말 큰 맘 먹고 갔었습니다.

그때가 한창 철쭉꽃이 필 때라 세상 어디를 보아도 화사한 꽃들이 반겨주었어요.

진안군에 들어서니 저 멀리 마이산이 어서 오라는 듯 반겨주더군요

 

원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인지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또한 모델이 되어주면서 마이산을 올라갔습니다.

날이 날인만큼 불자들의 방문이 많아서인지 말 그대로 야단법석이더라고요.

그렇게 등 떠밀려 가면서 탑사를 구경하고 사찰에서 준 바나나를 먹으며 다시 마이산을 넘어오는 중에

어느 젊은 여인이 아이 이름을 목메어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굴이 땀과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애 엄마의 사연을 들어보니

초등학교 2학년 된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산만한지 엄마, 아빠, 할머니가 함께 있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며

가면서 아이를 보면 연락해 달라며 아이 이름과 연락처를 주면서 당부에 당부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내의 오지랖 모드가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산을 내려오는 내내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내려오는 것이었지요.

마이산을 거의 내려와 주차장에 다다를 즈음 어떤 남자의 손을 잡고 울면서 오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바로 부모를 잃어버렸던 아이었습니다.

또 옆에 있는 남자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아이의 아빠라고 했습니다.

아빠의 모습을 보니 땀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찾으려 마이산을 두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아이를 찾았으니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아내의 오지랖 모드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날도 여행하는 내내 오지랖 여사의 행동에 함께 웃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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