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엊그제 일이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 2명이 차를 타고서 00동으로 가자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의심 없이 차를 몰아 목적지에 도착하니 학생들이 돈을 꺼내는척하면서 문을 열더니 냅다 뛰어 도망을 쳤다. 어이도 없고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차에 시동도 끄지 않은 채 아이들을 잡으러 쫓아가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아이 중 하나를 잡았다고 하면 다른 아이가 가만히 있겠는가? 쫓아와 둘이 합세해서 덤벼들어 해코지하면 나만 다치겠다는 생각이 선뜻 들어 포기하고 돌아오니 이런 세상에 차 문은 열려 있고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던 돈이며 가방이 없어졌다.
이상하다 싶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들 내린 지점에 그 또래의 아이 하나가 서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마도 아이들끼리 계획적으로 한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분한 마음에 어떻게든 이 아이들을 잡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차를 몰고 다니다가 불현 듯 막내아들 생각이 났다.
하도 사고를 치고 다니던 녀석인지라 우리 아들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얼굴이며 일을 마치기엔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두 아들이 무슨 일이 있으셨냐고 묻기에 대충 이야기를 해 줬더니 큰아들 녀석은 그런 애들은 잡아서 혼을 내 줘야 한다며 경찰에 신고하자고 하고 작은아들은 블랙박스에 찍혔을 테니 블랙박스를 열어보자고 했다. 물론 블랙박스에 그 아이들 얼굴이 찍히기야 했겠지만 만약에 워낙 발이 넓고 아는 사람이 많은 막내아들이 그 아이들 얼굴을 기억해서 자기 친구들에게 잡으라고 이야기한다면 잡을 수야 있겠지만, 막내아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그만두자고 했다. 큰아들은 왜 아빠는 손해 보는 일만 하시느냐며, 그 아이들은 이번에 안 잡혔으니 다른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또 그런 짓을 할 거라며 경찰에 신고라도 하자고 이야기했지만, 그냥 덮어두자고 설득하며 “아빠 배도 고프니까 해장국이라도 먹으러 가자”며 아들들을 데리고 나와 동네 해장국집에 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막내아들을 아는 척했다.
하도 사고를 치고 다니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가 보라고 이야기하니 주인아주머니 말이 “아버지가 아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면서 “얼마나 착하고 예의가 바른 청년인지 아시느냐”며 칭찬한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너희들이 밖에 나가 행동을 똑바로 하면 부모가 칭찬을 듣고, 못된 짓을 하고 다니면 그것은 부모를 욕 먹이는 짓이니까 항상 바른 행동을 해라”고 한다.
큰아들이야 모범생으로 나쁜 짓과는 거리가 멀지만, 막내아들은 잠깐 학원폭력에 휘말려 사고를 치고 다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니 자식 교육 하나는 잘 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을 망치고 번 돈을 잃어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모처럼 아들들과 야식을 함께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었다.
그래 이렇게라도 아들들과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함께한 것이 잃어버린 돈보다 값어치 있는 시간 이였다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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