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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릴케=

지슬의 세계 2018. 2. 12. 12:13

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가슴으로 잡을 것입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나의 뇌가 심장으로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당신을 핏속에 실어 나르렵니다.


20대 중반쯤 되었을 무렵 감수성이 무척 예민한 청년 릴케는
루 살로메라는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이미 기혼녀였지만 프로이드나 니체와도 사귀며
그들의 흠모를 받았던, 분방하면서도 그 당시로서는 매우 시대를 앞서가는 여류지성이었다 합니다.
나이가 14살이나 연상인 이 여인에게 빠져들어 릴케는 그녀와 러시아를 여행하며
톨스토이도 만나고 러시아의 광활한 자연풍경과 소박한 민중의 경건성에 매료되기도 하였지요.
무려 일 여년간 그녀와 러시아를 여행하며 사랑에, 자연에, 문학에 취한 나날을 보냅니다.

루는 심성이 여리고 소극적인 릴케를 기존 문인들 모임에 데리고 다니며 소개도 시켜주고
비평도 해주며 작가로서의 릴케의 재능을 일깨워 주었지요.
루는 릴케의 이름도 르네 마리아 릴케에서 남자다운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 고쳐줍니다.
사실 르네 마리아 릴케는 여자이름입니다.
허영심 많고 사교적이던 릴케의 어머니는 릴케 바로 위로 먼저 낳은 딸이 죽자 릴케를 딸처럼 키웁니다.
이런 엄마 덕분에 릴케는 7살이 될 때까지 머리도 땋고 치마를 입고 소꼽장난을 하며 놀았지요
 
그가 8살이 될 무렵 릴케의 아버지는 그를 소년사관학교로 보냅니다.
자신의 못 다 이룬 장교로서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기 위해서이지요.
어제까지 치마입고 소꼽장난을 하던 릴케는 엄격하고 강도 높은 소년사관학교의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가 겪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이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그는 소년사관학교를 마치고 고등사관학교로 진학을 합니다.
그러나 그만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여 아버지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그는 그런 부모와의 갈등, 원래 예민한 자신의 심성을 고등사관학교시절부터 글에 담아내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그 초기의 글들은 매우 간지러운 글들입니다.
그런 그가 대학에 입학하여 독일의 뮌헨과 베를린을 오가게 되면서 루 살로메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릴케의 연인....살로메

그녀는 르네 마리아 릴케라는 그의 여자같은 이름을 고쳐주고
철학적, 심리학적 지식들과 모성적 열정적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릴케는 그런 지식도 지식이었지만 루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지요.
그는 그녀를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하며 찬미하고 다녔습니다.
그녀와의 러시아여행이 끝이 나고,그녀와의 사랑도 루에 의해 시들어가면서 둘은 헤어집니다.
루라는 연인과 러시아라는 광활한 자연을 한꺼번에 잃은 릴케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독일에서 자연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북부독일의 볼프스베데라는 곳을 발견합니다... 그곳은 말하자면 예술인촌 같은 곳이었어요.
그 곳에 정착한 릴케는 그 곳에서 조각을 하던 두 아가씨를 사귀게 됩니다.
셋이 같이 어울려 놀던 릴케는 그 가운데 한 아가씨 클라라 베스트호프에게 청혼을 하게 되지요.
둘은 곧 결혼을 하고 딸 루스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릴케는 안정된 가정생활를 할 사람이 원래부터 아니었습니다.
그는 떠돌이 기질의 사람이었지요.
가정, 아내, 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던 릴케의 마음을 알아차린 착한 아내는
자신의 스승이 자서전을 쓸 사람을 고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의 남편을 자신의 스승에게 소개합니다. 그녀의 스승이 바로 로댕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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