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이번 고창답사 여행의 출발은 완전한 시행착오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나는 항상 주말이나 휴일을 피해 다녔기에 차량정체하고는 거리가 먼 한적하고 시원한 여행만을 해왔기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시간과 거리를 예상해 보니 약 4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또 조금 빠르게 운전해 가면 고창에 가기 전 우리가 가보고 싶었던 변산반도 한 군데쯤은 가볼 수 있으리란 계산이 나왔기에 나는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름의 휴식을 취한 후 떠나기로 마음먹고 10시를 약속했다.
9시 조금 넘어서 정랑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 준비하였다. 아내가 미리 준비한 옷가지를 넣은 배낭과 간식거리를 싼 보따리를 차에 싣고 약속장소에 갔더니 푸른솔 선생님과 정랑선생님이 도착해 계셨다. 정랑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박스를 트렁크에 싣고 어제 밤에 일하고 소비된 가스를 충전하여 막 출발하려 시간을 보니 정확하게 10시를 가르쳤다. 이젠 즐거운 여행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고속도로에 들어서 얼마쯤 가다보니 웬걸 몇km 전방에 차량증가로 정체되었다는 고속도로 안내 전광판이 보였다.
매번 다니던 길이라 어디에서 막히고 어디쯤 가면 풀리리라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선생님들과 담소를 하며 가다보니 거기서부터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정체 차량은 점점 더 많아지고 속도는 더 떨어져 갔다. 그래도 조금가면 나아지겠지 생각은 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정체가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에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이젠 다른 곳을 구경하는 것보다 시간에 맞춰 고창에 도착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되었다.
잠깐 휴게소에 들려 볼일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아 두 분 선생님들께 김밥을 사서 차에 가며 먹자고 제안을 하고 김밥을 사러 들어간 아내는 우리가 먹을 만한 김밥이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즉석우동 코너가 있기에 우동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우고 차는 출발했다. 거기서부터는 차가 잘 빠지기에 급한 마음에 액셀에 힘을 더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이 나이에도 어느 누가 스폰서를 해 준다면 대륙 간 자동차 랠리를 했으면 하는 카레이서의 꿈이 있다.
그런대로 원활이 가던 중 전주쯤 접어드니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앞이 안보일 정도의 폭우로 변했다. 안전 운행을 해야겠기에 차량 흐름에 맞게 운행을 하며 가다보니 고창이란 푯말이 보이기 시작했고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로 접어들어 한적한 지방도로를 타고 약속한 시간에 30분이 넘어서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고 비는 점차 수그러들어 간간히 떨어지고 있었다.
고창 터미널 길가에 마중 나와 주신 조삼열 부회장님의 환대를 받으며 식사자리에 동석하게 되었다. 늦게 도착한 우리 일행을 반겨주시는 회장님과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들, 또 처음 뵙는 도선 선생님과 설운 선생님, 모든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시행착오가 다음엔 실수 없는 즐거운 여행을 열어 주리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