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면회
국화도는 충남 당진 앞바다에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화성시에 속하는 섬이다.
화성시 궁평항에서도 배를 탈 수 있지만, 당진 장고항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을 가다 보면 다을 수 있는 곳이다.
서해에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난 섬이라는 뜻과 이곳에서 많이 채취되고 있는 조개의 껍데기인 조가비가
국화꽃을 닮았다고 해서 섬 이름을 예전부터 국화도로 불러왔으며 화성 8경에 속하는 아름다운 섬이다.
국화도로 의경으로서 여름 파출소 파견 근무 나간 아들 깜짝쇼로 진행되던 면회는
며칠 전 아들의 전화로 물거품이 되었다.
물에 빠진 열 살 난 아이를 구해 주려 성급히 바다로 뛰어들다가 안경을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안경을 맞추어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투병 생활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의 기분 전환도 시켜 드릴 겸
모시고 국화도로 향했다.
몇 번 가 봤다고 내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선착장에는 아직 남은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배낚시를 하려는 사람들로 지난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였다.
마중 나온 안경 벗은 아들의 얼굴이 무척이나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 때부터 끼어 오던 안경을 벗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당연하다고 하겠지.
오후엔 같이 있을 줄 알았더니 하필이면 오늘 본서에서 간부급 몇 분이 순시를 나온다고
엄마, 아빠 할머니하고 같이 점심 먹는 시간밖에 없다고 한다.
섬 전망대에 올라가 아내가 새벽부터 준비한 김밥이며 떡볶이, 과일들을 먹으며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었다고 짐을 바닷가 그늘진 곳으로 옮겨 놓고는 아마 저녁 식사 시간에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하고는 무전기를 들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래도 이젠 선임이라고 여유 있는 티가 났다. 대견한 녀석.
지난번엔 아들과 같이 섬을 돌면서 조개도 잡고 고동도 따고 게도 잡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런 재미도 이젠 신명이 나질 않는다.
그늘막을 치고, 새벽까지 일하다 운전을 하고 온 나는 잠깐 쉬기로 하고
아내와 어머니는 섬 구경하신다고 나가셨다.
며느리와 손을 잡고 나가시는 모습이 너무 힘이 없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힘들다며 그늘에서 쉬시겠다고 돌아오셨다.
아내와 나는 수영도 하고 섬 저쪽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저 멀리 보이는 당진 화력 발전소와 철강 회사들이 즐비해서 인지 섬치고 물은 깨끗하지 않았다.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고 해서 수영할 맛이 나질 않아 섬 구경을 하다가 한 곳에는 물이 아주 깨끗했다.
수경을 쓰고 들여다보니 물이 얼마나 맑은지 미역이며 다시마,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것이 보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고요한 물속의 풍경이 무섭기도 했다.
섬 곳곳에는 국화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조개껍데기와 굴 껍데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어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엄청난 크기의 해파리가 바닷가로 밀려나 있는 것을 보았고,
한 마리는 아예 바닷가 바위 위에 죽어 있는 것도 보았다.
뱃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길에 섬에 있는 횟집에서 맛있는 우럭 회와 식사를 하고
장고 항까지 배웅 나온 아들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아내와 나, 어머니는 큰 아들을 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을 무거운 침묵으로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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