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장보기
지슬 박경남
사람들 어깨를 적시는 겨울비
해마다 오른 물가가 걱정이었지만
올해는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좌판에 벌려진 물건들 이리저리 고르다
발길을 돌리는 뒤통수가 따갑다.
주머니 사정 넉넉지 못할 걸 어쩌랴
그래도 음식을 장만해야 하겠기에
비좁은 시장 길을 누비고 다닌다.
구수한 냄새에 뱃속이 요동친다.
이끄는 발걸음 따라 들어선 포장마차
안경에 서린 김을 닦으며 메뉴판을 본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부담 없는 가격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나?
후루룩 들이키는 국물에 마음도 따뜻했으면
내년엔 올해보다 나은 삶이기를 기대한다.
그나마 춥지 않은 설날이기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