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이사하다

지슬의 세계 2019. 3. 14. 03:26

봄이 이사하다

 

지슬 박경남

 

뒹굴뒹굴 방안을 굴러다니다

이게 아닌 것을

어둑해지는 때 알게 되었다.

살을 데인 듯

부리나케 일어나 거리를 나섰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데

그 사이로 알지 못할

따뜻한 온기가 스미는 것을 느낀다.

한참을 정처 없이 다니다

불이 밝은 곳에 발걸음이 멈췄다.

 

발끝에 올망졸망 꽃 화분이 보인다.

메말랐던 내 마음이

봄이 온 것을 몰랐나 보다.

주머니에 쥐어지는

몇 푼의 돈을 확인하고

쪼그려 앉아 꽃들을 살폈다.

 

이제야 내 마음에도 봄이 이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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