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이사하다
지슬 박경남
뒹굴뒹굴 방안을 굴러다니다
이게 아닌 것을
어둑해지는 때 알게 되었다.
살을 데인 듯
부리나케 일어나 거리를 나섰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데
그 사이로 알지 못할
따뜻한 온기가 스미는 것을 느낀다.
한참을 정처 없이 다니다
불이 밝은 곳에 발걸음이 멈췄다.
발끝에 올망졸망 꽃 화분이 보인다.
메말랐던 내 마음이
봄이 온 것을 몰랐나 보다.
주머니에 쥐어지는
몇 푼의 돈을 확인하고
쪼그려 앉아 꽃들을 살폈다.
이제야 내 마음에도 봄이 이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