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여막 (廬幕시묘살이)

지슬의 세계 2014. 4. 9. 23:15

여막 (廬幕시묘살이)

 

지슬 박경남

 

나를 낳으시고 웃음 지셨을 어머님을 그려 봅니다.

나를 안으시고 가슴 뿌듯함을 느끼셨을 아버님을 생각합니다.

 

나의 옷을 지어 주시며 흐뭇해 하셨을 어머님

나의 재롱에 세상 시름 다 잊으신 양 좋아하셨던 아버님

 

나의 울음소리에도 귀 기울이시고 달려오셨을 어머님

나의 놀이하는 모습도 눈여겨보셨을 아버님

 

나를 키우시며 마음 졸이셨을 어머님

나를 훈계하시며 당신의 가슴도 무너지셨을 아버님

 

나의 키가 당신의 키를 훌쩍 넘겨 커가는 모습에 대견해하셨을 어머님

나의 커가는 모습에 당신의 서러움을 묻으셨을 아버님

 

나의 배필을 보시곤 주름진 얼굴을 잊으셨을 어머님

나의 신혼 방을 손수 꾸며주시면서 신이 나셨을 아버님

 

나의 자식들을 보시며 다리가 아파도 한 번 더 업어주시기를 원하셨던 어머님

나의 자식에게 이름 지어주시려 돋보기를 쓰시고 옥편을 뒤적이시던 아버님

 

나의 애처로운 눈물을 보시곤 쉽사리 눈을 감지 못하시던 어머님

나의 눈을 보시며 남겨진 어머님을 부탁한다고 무언으로 말씀하시던 아버님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제가 배웅하러 여기 있습니다.

부모님이 밥 먹이려 하시던 생각을 하며 당신들께 상식을 올려드립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고르시며 키워주신 그 은공을 생각하며 묘소를 돌보고 있습니다.

부모 잃은 죄인이 하늘을 보지 못하고 베옷을 입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눈물짓습니다.

부모님의 긴긴 세월의 보살핌을 조금이라도 갚아 볼 양으로 곁에 서 있습니다.

 

이것으로 다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식의 도리를 해야겠기에

깊은 눈물 삼키며 당신이 잠들어 계신 곳을 지키며 여기 있습니다.

 

 

 

여막

 

여막 내부

 

상복과 상장

출처 : 아람문학, 시인과 비둘기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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