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보행기
지슬 박경남
엄마에게 효자 아들이 생겼다.
닳고 닳아 굽은 다리에
바퀴를 달아드렸다.
가자면 가자는 대로 군소리 없이
앞장서서 걸으며
엄마가 내게 했던 것처럼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주고
길이 좋으면 좋은 대로
돌부리에 걸리면 걸리는 대로
엄마 손에 가리켜 준다.
때가 돼서 밥 안 차려 줘도
밥 달라 소리하지 않는다.
잠자는데 시끄럽게 한다고
머퉁이 떨지 않고
신발장 옆에 다음 길을 준비하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배가 아프다.
내 자리를 뺏어간 나쁜 녀석
그래도 밉지 않다.
나보다 나으니까.
그래도 정은 안 간다.
엄마!
배고파
밥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