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지슬 박경남
외암리 민속마을 낮은 구릉에
매여 있는 쌍그네
어린 동심들을 쫓아내고
늙은 동심들이 차지하고 앉아
바람을 돌리고 있다.
한 번 구른 그네 줄에
십년이 넘어가고
두 번 밑싣개를 구르면
이십년이 지나간다.
옛 고향 저 언덕까지
해 맑게 웃는 웃음에
흰 머리가 검은 머리가 되어
길게 맨 댕기가 나풀거린다.
누가 항아더냐?
누가 먼저 항아 될까?
속절없이 흐른 세월을 탓하랴
깊게 패인 주름이 원망스럽구나.
우리 이렇게 조금만 더 살자
우리 이렇게 조금만 더 웃어보자꾸나.
저 하늘을 나는 나비처럼…….
항아(姮娥)는 신화 속 인물인데,
남편이 신녀(神女)인 서왕모(西王母)에게서 얻은
불사약(不死藥)을 훔쳐 먹고 신선이 돼
달나라로 달아난 여자를 말한다.
여기서는 항아가
두 어른 중에 누가 먼저 세상을 뜨시는가를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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