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그네

지슬의 세계 2014. 6. 8. 00:49

 

 

 

그네

 

지슬 박경남

 

외암리 민속마을 낮은 구릉에

매여 있는 쌍그네

어린 동심들을 쫓아내고

늙은 동심들이 차지하고 앉아

바람을 돌리고 있다.

 

한 번 구른 그네 줄에

십년이 넘어가고

두 번 밑싣개를 구르면

이십년이 지나간다.

옛 고향 저 언덕까지

 

해 맑게 웃는 웃음에

흰 머리가 검은 머리가 되어

길게 맨 댕기가 나풀거린다.

누가 항아더냐?

누가 먼저 항아 될까?

 

속절없이 흐른 세월을 탓하랴

깊게 패인 주름이 원망스럽구나.

우리 이렇게 조금만 더 살자

우리 이렇게 조금만 더 웃어보자꾸나.

저 하늘을 나는 나비처럼…….

 

 

 

 

항아(姮娥)는 신화 속 인물인데,

남편이 신녀(神女)인 서왕모(西王母)에게서 얻은

불사약(不死藥)을 훔쳐 먹고 신선이 돼

달나라로 달아난 여자를 말한다.

 

여기서는 항아가

두 어른 중에 누가 먼저 세상을 뜨시는가를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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