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해녀의 노래
지슬 박경남
바다가 뿜어 올린 하루가 밝아 온다.
어제처럼 또다시 반복되는 생의 그림자
하얀 세월을 검은 비늘 속에 감추고 있어도
굵은 고랑은 숨길 수 없다네.
이 지랄마저 손 놓으면
인생이 더 허망해질 것 같아
낡아빠진 육신 일으켜
바다의 넓은 가슴을 두드린다.
오랜 기다림 속에 터져 나오는
숨비소리마저 낡았는지 헐떡거리고
갈고리를 잡은 손도 맥이 없어
지친 삶의 흔적을 온몸에서 지울 수 없다.
천혜의 보고 꺼내고 또 꺼내도
보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내 몽환의 삶도 바다 밑 바위 아래
불어터져 가라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