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속였습니다.
지슬 박경남
며칠 전부터 아내는
염색하자고 성화를 부리더니
퇴근하면서 염색약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칼이
희끗희끗 보기 싫다고 합니다.
그냥 이대로 살겠노라고
고집부리다가
마지못해 순한 양 되어
아내의 손에 머리를 맡겨봅니다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동안
내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 섭니다.
거울 속에선
십 년 전의 내가
이상한 듯 서 있습니다.
세월을 속였습니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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