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세월을 속였습니다.

지슬의 세계 2015. 1. 30. 21:33

세월을 속였습니다.

 

지슬 박경남

 

며칠 전부터 아내는

염색하자고 성화를 부리더니

퇴근하면서 염색약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칼이

희끗희끗 보기 싫다고 합니다.

 

그냥 이대로 살겠노라고

고집부리다가

마지못해 순한 양 되어

아내의 손에 머리를 맡겨봅니다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동안

내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 섭니다. 

거울 속에선

십 년 전의 내가

이상한 듯 서 있습니다.

세월을 속였습니다.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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