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부뚜막

지슬의 세계 2015. 1. 30. 21:36

부뚜막

 

 지슬 박경남

 

아궁이 그을음 올라붙은

부엌 천정에

거미줄 터줏대감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고

구석에 쌓여 있는 나무 단

 

진흙 매끄롬하게 바른 부뚜막

기름 자르르한 가마솥 하나 둘 세 개

군불 때어 끓는 물

하얀 김 내어

무쇠뚜껑 밀어 올린다.

 

소댕위엔 꼭 짜놓은 행주

잘 마르라고 얹어 놓은

바닥 하얀 운동화

색 바랜 사각 성냥 통

배고픈 강아지

부엌문 알짱거리고

따뜻한 곳 찾아

부뚜막에 올라앉아 고양이 

 

아궁이 불

껌뻑껌뻑 사그라지고

매콤한 파란 연기 피어오른는

내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따뜻함이 묻어나는 곳.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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