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추폭포
지슬 박경남
언제부터였는지
물들의 아우성으로
땅들은 길을 내주게 되었고
세월은 바위에 잘 빚은 송편 모양의
흔적을 만들어 주었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꽃은 검은 웅덩이 덮을 듯한 기세였건만
어느덧 그 빛에 동화되어 간다.
세상의 유객들은
자기의 자취 남기고 싶어
이름 석 자 새기건만 희미해져 가고
득음을 하고 싶은 소리꾼의 창은
메아리쳐 사라진다.
한 번도 같은 그림 그린 적 없고
같은 소리 내본 적 없건만
듣고 보는 이들의 마음속엔
깊게 새겨진 물줄기
계곡 사이로 부는 바람에
물결은 흩뿌려지고
떨어진 나뭇잎 휘감아 내려간다.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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