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뚜쟁이 벌

지슬의 세계 2015. 1. 30. 22:52

 

 

뚜쟁이 벌

 

지슬 박경남

 

겨우내 움츠렸던 벌들이

봄꽃 만개한 산야에

중매쟁이로 나섰다

 

이 꽃 가서 신랑 사진 받아오고

저 집 가서 신부 소식 얻어다가

이 집 색시에게 사진 내밀어 보고

저 꽃 총각에게 신부 소식 전해 본다.

 

새침데기 색시

자기 이상형 아니라 돌아앉아 버리면

또 다른 집으로 달려가 사진 내밀어 본다.

 

이 집 색시 사진 보며 꼼꼼히 살펴보다가

인물도 학벌도 아무것도 없는

초라하고 누추한 오두막집 사는

총각 중매해 달라 매달린다.

 

별일 다 보겠네

그 좋다는 혼처 마다하고

하필이면 그 총각이람?

뚜쟁이 벌 다른 총각 권해 보지만

이 색시 요지부동 그 총각이 마음에 든단다.

 

“제 눈에 안경인데”

제가 좋다면야 어쩔 수 없지

뚜쟁이 벌 사진 한 장 내밀어 놓고

주는 술 석 잔에 자리 털고 일어난다.

 

벌써 여러 곳에서 얻어먹은 술에 취한

뚜쟁이 벌 비틀거리며

제집 찾아 날아간다.

 

음주비행에 안 걸리려나?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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