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쟁이 벌
지슬 박경남
겨우내 움츠렸던 벌들이
봄꽃 만개한 산야에
중매쟁이로 나섰다
이 꽃 가서 신랑 사진 받아오고
저 집 가서 신부 소식 얻어다가
이 집 색시에게 사진 내밀어 보고
저 꽃 총각에게 신부 소식 전해 본다.
새침데기 색시
자기 이상형 아니라 돌아앉아 버리면
또 다른 집으로 달려가 사진 내밀어 본다.
이 집 색시 사진 보며 꼼꼼히 살펴보다가
인물도 학벌도 아무것도 없는
초라하고 누추한 오두막집 사는
총각 중매해 달라 매달린다.
별일 다 보겠네
그 좋다는 혼처 마다하고
하필이면 그 총각이람?
뚜쟁이 벌 다른 총각 권해 보지만
이 색시 요지부동 그 총각이 마음에 든단다.
“제 눈에 안경인데”
제가 좋다면야 어쩔 수 없지
뚜쟁이 벌 사진 한 장 내밀어 놓고
주는 술 석 잔에 자리 털고 일어난다.
벌써 여러 곳에서 얻어먹은 술에 취한
뚜쟁이 벌 비틀거리며
제집 찾아 날아간다.
음주비행에 안 걸리려나?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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