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지슬의 세계 2017. 3. 9. 04:17

주산지

 

지슬 박경남

 

잔설에 마른 목을 축이던

나뭇가지 사이로 살랑바람 불어오면

두터운 겨울에 발이 묶여 동동거리던

노쇠한 왕버들의 야윈 가지들 기지개를 켜면

언제 올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주산지에도

봄이 가까이 온 것을 느낀다.

이제 몽환의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파릇파릇 새싹들이 산천을 물들일 때쯤

파란 하늘에 노닐던 흰 구름 물속으로 뛰어들면

어디에 비교할 수 없는 한 폭의 수채화에

바쁜 걸음의 나그네도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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