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2

지슬의 세계 2017. 4. 15. 04:04


버스정류장-2

 

지슬 박경남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타고

마음은 어릴 적 동네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지금처럼 어디에서 오는 버스가

언제쯤 온다는 전광판도 없던 시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인적이 드문데

오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의 막차가 올 시간 즈음

어머니는 다 찢어진 우산에

머리만 겨우 가린 채 뛰어오셨다.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일을 못 하신 아버지는 온종일 술을 드신 탓에

못 들어오시고 현장에서 주무신단다.

 

한참을 기다린 보람도 없이 돌아오는데

어머니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에 젖은 저고리가 더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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