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2
지슬 박경남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타고
마음은 어릴 적 동네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지금처럼 어디에서 오는 버스가
언제쯤 온다는 전광판도 없던 시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인적이 드문데
오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의 막차가 올 시간 즈음
어머니는 다 찢어진 우산에
머리만 겨우 가린 채 뛰어오셨다.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일을 못 하신 아버지는 온종일 술을 드신 탓에
못 들어오시고 현장에서 주무신단다.
한참을 기다린 보람도 없이 돌아오는데
어머니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에 젖은 저고리가 더 쓸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