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지금까지도 의심받고 있는 이야기.

지슬의 세계 2018. 2. 8. 00:17

지금까지도 의심받고 있는 이야기.

 

  아내와 연애하기 직전의 이야기입니다.

장인어른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장모님은 아들과 큰딸, 사위가 살고 있는 수원으로 딸 둘을 데리고 이사를 오셨습니다.

  막상 이사는 오셨지만 평생을 일하시던 분이 일손을 놓으시니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전전긍긍하시다가 용인 원삼이라는 곳으로 식당을 하러 가시면서 막내딸은 큰딸에게 맡기고 고등학교를 갓 나온 지금의 아내(편의상 꼬마 아가씨라고 칭하겠습니다)를 저에게 동생같이 조카같이 잘 돌봐달라는 부탁을 해 오셨습니다. 부탁하신 이유는 저와 장모님이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워낙 자유분방했던 꼬마 아가씨를 오빠나 언니가 다루기에는 신앙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으슥하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곳이어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30이 된 노총각이었고 그때 꼬마 아가씨는 너무도 어렸기에 감히 연애나 결혼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좋은 신앙의 동지였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교회 일을 한다고 붙어 다니면서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이나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었답니다.

 

  그날도 예외 없이 늦은 시간까지 교회에 있다 집에 바래다주려고 가다가 문제의 그 골목으로 막 들어서는데, 어느 여자의 비명이 들리면서 남자들 둘이서 여자를 희롱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지금이야 나이 먹고 제대로 운동을 안 해서 살도 찌고 배도 나와서 그렇지 그때까지만 해도 날렵했었지요. 20대 초반에 사고치고 다니면서 배웠던 어설픈 싸움 기술이 있었기에 웬만한 건달은 그리 두렵지가 않았답니다.

 

  그것을 본 순간 눈에서 불이 튀겼습니다.

저는 그때 한창 유행하던 색이라는 가방을 들고 다녔었지요.

꼬마 아가씨에게 가방을 맡기며 저 아가씨와 먼저 가라고 하면서 두 사람을 막아섰습니다.

그러나 꼬마 아가씨와 위협받던 아가씨는 가지 않고 옆에 서서 상황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은 둘이니까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한 사람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꺼떡거리며 다가오더니만 느닷없이 주먹을 날리더군요. 나는 그것을 대비하고 있었기에 슬쩍 피하면서 무릎으로 그 사람의 복부를 있는 힘을 다해 걷어찼지요. 느낌에 제대로 맞았구나 생각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은 고목 쓰러지듯 고꾸라져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한 사람도 놀랐는지 주춤주춤 다가왔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지요. 나한테 대들면 저 사람처럼 될 테니까. 달려들지 말고 저 사람 데리고 빨리 병원엘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경찰을 부른다, 119를 부른다, 법적으로 대하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시대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지요. 그 사람은 고꾸라져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더니 부축해서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버렸습니다.

 

  위협받던 아가씨는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면서 어디 다치신 데는 없느냐고 물어오기에 아무 다친 데는 없으니까 염려 말고 가시고 앞으로는 늦은 시간에 이쪽 길로는 다지지 말라고 충고까지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가끔 그때 일을 이야기합니다. 혹시 그때 그 일을 당신이 그 사람들과 모의해서 자기 환심을 사려고 꾸민 자작극이 아니냐고…….

세상에나 만상에나 나는 여자 둘을 목숨 걸고 구해주었는데 자기 환심을 사려고 꾸민 자작극이라니? 절대 그런 것을 꾸며서 여자의 환심을 살 정도의 주변머리도 없다는 것을 아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이야기하지요.

그래, 나이 30넘은 노총각이 젊은 아낙을 꼬이려고 자작극을 꾸몄다고요.

그러나 아무리 의심한다고 해도 그 일은 진실입니다.

 

  이 사람 믿어주세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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