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밖에 마실 나가셨던 어머님이 들어오시더니 역정을 내셨습니다.
“왜? 밖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나갈 때 분명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보니 이게 여기 있네. 그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그른 말이 아닌가 봐.” 하신다.
사연인즉슨 마실 나가시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가셔야겠다고 생각하셨는데
그것을 깜빡 잊고 나가셨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젊은 사람들도 그럴 때가 있는데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세요. 그걸 병이라고 생각하시면
진짜 병 되니까요.” 하며 위로해 드렸습니다.
“그럼 아범이 나갈 때 저기 밖에다 내다 놓으시게나.”
“네, 알았어요. 마음 편히 잡수시고 신경 쓰지 마세요.”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일 나갈 준비를 하는데
어머님은 재차 쓰레기 가지고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알았으니 염려 붙들어 매라고 하며
어머님께 말씀드리고 일을 나왔습니다.
한참 일을 하다가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집을 나설 땐 분명 빈손으로 나온 것 같은데
쓰레기를 갖다 버린 것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
방금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어머니께서 시키신 일도
하지 못하니 정말 내가 건망증인가?” 정말 큰일이 아니까?
생각하다가 내가 항상 어머님께 말씀드린 것 같이
“그래 사람이 그럴 때가 있는 거지 그게 사람인 거야.” 하며
내가 나를 위로했지만 어째 마음 한구석은 찜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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