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은행이 떨어질 때면

지슬의 세계 2018. 2. 9. 04:07

 

은행이 떨어질 때면

 

  며칠 비바람이 치더니 가로수로 심어 놓은 나무에서 노란 은행들이 잎사귀와 함께 도로에 깔려 있다.

  우리같이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은행은 달가운 것이 아니다.

낮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밤에는 더욱 위험천만한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밤잠이 없으신 어르신들이 남들이 먼저 주워갈까 봐 한밤중에도 나오셔서 은행을 줍고 계신다.

안전하게 인도에 떨어진 것들만 주우면 문제는 없을 것인데 욕심에 도로에 떨어진 것을 주우려는 손길이 있다.

  조심조심 자동차의 불빛을 보면서 주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떨어진 것을 줍다 보면 도로 안까지 떨어진 것을 주우려는 마음에 한복판까지 나가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이맘때쯤이면 여간 조심하는 게 아니다.

 

  한동안 우리 어머님도 새벽기도를 가신다고 하시면서 비닐봉지를 챙겨가셨다.

밤일을 끝내고 들어온 나와 마주칠 때면 어머님은 길가에 은행이 많이 떨어졌느냐고 물으시면서 오늘까지 주우면 한 됫박은 될 거라며 은근히 자랑하셨다. 나는 그 말에 펄쩍 뛰면서 어머니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신 줄 아시느냐며 말렸던 적이 있었지만, 노인들의 마음엔 그래도 줍고 싶은 것이 있는가 보다.

  여러 궁리 끝에 이맘때쯤이면 미리 시장에 가서 은행을 한 됫박 사다 드리며 어머니 여기 은행 사다 놨으니 행여 길에서 주우려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리고 매일 매연에 오염되어 있던 것을 주어다 먹으면 사람도 매연에 오염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설득을 하였다.

  지금 어머님은 은행을 주어오지 않으시지만, 주변에 어르신들이 주어다가 얼마를 모았다는 말씀을 들으시며 어머님 얼굴엔 아쉬움이 드리워진다.

 

  어머니 그래도 안 돼요. 그러다 진짜 큰일 나는 수가 있어요. 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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