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맨발을 부른다 바다는 맨발을 부른다 신금자 바위에 납작 엎드린 무인도 까마귀쪽나무 북풍에 돌아앉아 남으로만 무성한데 주먹이 붉은 갈매기 사시사철 맨발이다 엄마는 내가 메숲진 바다로 나갈까봐 신발을 걸음마도 하기 전에 신겼을까 제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 발 부르트게 옥죄던 신발 삼태그물 .. 하루 시 한편 2018.08.13
수원문학 초대시 흰둥이 생각 손택수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러움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의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 하루 시 한편 2018.08.01
수원문학 초대시 외할머니의 숟가락 손택수 외할머니의 숟가락 손택수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어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 하루 시 한편 2018.07.31
수원문학 초대시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 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하루 시 한편 2018.07.30
수원문학 초대시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 하루 시 한편 2018.07.28
수원문학 초대시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 하루 시 한편 2018.07.28
수원문학 초대시 겨울밤 편지 겨울밤 편지 황동규 철새도 날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는 겨울밤도 별들이 빛나면 견딜 만합니다. 강원도라면 물론 좋지만 서울도 근교만 벗어나면 괜찮지요. 보름달 둥싯 뜬 가을밤 철새들이 조금씩 알파 대형 만들며 나는 광경은 우주의 그림이지만 겨울밤 하늘 초거성이 돼 사라진다는 .. 하루 시 한편 2018.07.27
夏日-낮잠 夏日-낮잠 유선 푸른 바다 한가운데 술에 취해 누운 저 섬 밀썰물이 흔들어도 바위처럼 끄떡없다 한사코 꾸짖는 콧노래소리에 명치끝이 아리구나. 하루 시 한편 201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