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유빙(流氷)

지슬의 세계 2014. 3. 5. 04:35

 

 

유빙(流氷)

 

지슬 박경남

 

호수 가득 백색의 향연은

이제 석별을 고하고 있다

모든 것을 묶어 놓고

꽁꽁 얼려버렸던

그 기백은 이제 끝이 보인다.

 

솔개가 끌고 온 태양은

정수리에 머물고

봄 햇살 무서워 떠다니는 유빙(流氷) 위에

청둥오리는 젖은 깃 고르며

언 발을 녹이고 있다

 

갈대를 묶어놓았던 네가

이제는 갈대에 묶여

놓아달라고 몸부림칠 때

바람은 어여쁜 처녀의 손길로

우유빛 네 얼굴 어루만지면

너는 봄이 되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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