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소연

지슬의 세계 2014. 3. 12. 04:15

 

 

하소연

 

 

  멀끔하니 생긴 사십 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하는 여인이 실성한 사람 마냥 혼자 중얼거리며 차에 올랐다.

  흑흑 흐느끼기도 하는 것이 심경의 변화가 많은 것 같았다.

무슨 사연인지 묻고 싶어도 냉철하리. 만치 싸늘한 인상이 면박을 받을 것 같은 생각에

말을 못 붙이고 있다. 어디쯤 가고 있을 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릴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악한 여자인 줄 몰랐어.”

뭣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까?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면서 힐끔 룸미러를 쳐다보다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있으려니 여인이 먼저 말을 건네 온다.

 

  자신은 부인이 있는 유부남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얼마나 그 남자를 사랑했으면 자신의 부모·형제 가족까지도 등을 돌리고 멀어졌어도 오직 그 남자 하나만 보고 살아도 행복하리라고 생각을 했단다. 결국, 본부인을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했다.

  본부인에게서 난 아들과 딸을 자기 자식 키우듯이 살면 아직 어리기에 아이들도 자연히 친엄마처럼 따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온 세상이 자기를 축복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정식으로 결혼하고 함께 살면서 큰 문제없이 지내던 중, 남편은 그래도 자신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하기도 했지만 자기는 애를 안 낳고 이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키우면 되니까 그런 말은 다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못을 박았다고 했다.

 

  한 해 두 해 지내다 보니 아이들은 제 엄마인 것처럼 잘 따르고 가정생활도 재미를 붙이며 행복하다고 느꼈었는데 왠지 마음 한쪽이 허전해 옴을 느꼈다고 했다.

  그것이 발단이 되었는지“나도 내 애 하나쯤 낳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도 없이 애를 갖게 되었고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눈물짓는다.

막상 자기가 애를 낳고 나니 전처의 자식들이 자기 자식을 해코지하는 것 같은 망상에 빠지게 되어 결국엔 눈엣가시처럼 생각에 구박하게 되었고 남편과 다투는 일이 많아져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아이들을 제 엄마에게 넘겨주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지금 아이들을 제 엄마에게 인도해 주고 남편은 직장으로 가고 자기는 혼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저 남편을 향한 사랑 하나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고 아이들 키우며 즐거울 줄만 알았었는데 욕심에 자기 아이 하나 더 낳아 키우면 더 행복할 줄 알고 자식을 낳고 보니 자신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며 남편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고 하소연한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신은 피눈물 흘린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 여인도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겠는가? 그래도 그 자식들을 제가 낳은 자식처럼 키웠던 때를 생각하며 자신의 못난 행동을 후회하는 마음이 양심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왜 행복은 가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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