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이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몸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 문학평론가. 국문학자. 1922년 11월 25일 출생. 2004년 11월 29일 사망. 1946년 8월 광복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첫 시집 『구름과 장미』(행문사, 1948)를 통영에서 자비로 출간. 2004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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