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엄마 따귀 때리는 놈.

지슬의 세계 2018. 2. 9. 13:20

엄마 따귀 때리는 놈.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뜨거운 태양만이 있어 대지를 달구고 있다.

나는 가끔 이런 때 동남아 처럼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려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 비는 그다지 좋은 친구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너무 뙤약볕 아래 있으니 시원한 게 그리워서일 것이다.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각에 훌쩍거리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젊은 엄마가 차를 잡는다.

아이는 얼마나 떼를 썼는지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있었고 젊은 엄마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며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남자아이는 4~세 정도 되었는데 엄마의 말인즉슨 아이가 덥다고 찬 것만 찾다가 배탈이 나서 병원엘 다녀오는 길이었다. 엄마의 설명에도 아이는 뭔가 화가 나서인지 제 엄마에게 고함을 지르더니만 철썩하고 제 엄마의 따귀를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아이에게 어디서 배운 버릇이기에 엄마 따귀를 때리느냐고 야단을 쳤더니 고 녀석 하는 말이 아저씨는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며 도리어 큰소리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이 엄마에게 아이 교육을 잘못 한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 엄마도 내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해서인지 아이를 야단을 치니까 아이 입에서 상상도 못 할 거친 상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제 엄마보고 “너 집에 가서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한다. 세상에나 집안에서 어떻게 교육을 시켰기에 아이가 엄마에게 못된 상소리를 하느냐며 이야기했더니 젊은 애 엄마는 울면서 아이 아빠가 하는 것을 보고 아이도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아빠가 아이 보는 앞에서 자기 아내에게 어떻게 했기에 저 어린아이가 따라 하느냐고 했더니 부잣집에서 삼대독자로 태어나 자기만 알고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결혼해서 아들 하나 낳으니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만 끼고 돌면서 아이가 보는 앞에서도 엄마에게 못된 욕이나 하고 손찌검까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시어머니도 똑같이 당하면서 사셨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자기 아들을 낳아준 아내를 그렇게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더니 말 못할 사연이 있다며 얼버무렸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남편과 상의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자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또 자기 할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 아이의 장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아무래도 그래야겠다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제 엄마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젊은 엄마가 하는 말이 나도 네가 한 짓을 아빠한테 다 이를 테니까 너도 아빠한테 엄마가 한 것을 다 이르라고 야단을 쳤다. 요 녀석이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못한 것을 알고 제 엄마에게 타협을 요청했었나 보다. “안 돼 이젠 엄마도 너하고 네 아빠가 하는 짓을 더는 못 보겠어. 이건 분명히 짚고 넘어갈 거야.” 하며 단호하게 이야기하니까 아이는 엄마에게 갖은 아양을 떨며 애교를 부렸다.

 

  우리 부부의 젊었을 때 큰 딸아이의 교육을 가지고 아내와 다투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고 아내는 아내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었다. 그렇다 보니 아이는 아이대로 방황하게 되고 결국은 아이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의 말을 듣게 되고 아이 교육은 엉망이 돼버렸다. 결국엔 아내에게 아이 교육을 맡기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나니 아이는 혼동 없이 잘 성장해 주었다.

 

  아무리 부부라 하지만 살아가면서 모두 같은 생각이 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자식 교육만큼은 한마음 한목소리로 해야만 아이가 아무 티 없이 밝게 잘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본 그 아이도 엄마·아빠의 관심과 사랑 속에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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