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2020 수원문학 작품상 수상작

지슬의 세계 2020. 12. 31. 12:07

2020 수원문학 작품상 수상작

 

새벽4

 

                                  김경은

 

밤새 찬 공기가 걸레질한

골목은 젖은 채 누워 있다

땅 위에 켜켜이 쌓인 피로가

뜬 눈으로 갱년기 옷자락을 잡았다

텅 빈 무대의 주인공처럼

요란한 조명을 밝힌 청소차는

어제처럼 골목을 쓸고 지나간다

더는 새벽달에 머무는

사람 사는 이야기도 없다

듬성듬성 인터넷 뉴스에

일상을 빼앗긴 신문 소리가

고양이 걸음처럼 들려오고

반 눈 뜬 시곗바늘의 움직임에

닫힌 창문들에 꽃등을 달 즈음

나는 먼데 소리 들리는

철길에 펼쳐진 건반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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