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여해변
지슬 박경남
거칠었던 파도도 피곤에 지친 듯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조차도 숨을 죽인다
소나무 숲의 그림자가
빛을 그리워 할 때
은하수가 신기루 같은 넓은 길을 펼친다
매서운 추위에 잔뜩 움츠려 걸었던 눈길이
소년의 마음에 각인된
별이 유난히 밝았던 그 날의 잔상
외가로 가는 길 버스마저 끊긴
텅 빈 들판 길을 걸으며
내뿜는 더운 입김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는가
초로에 접어든 나이에
별을 헤는 소년이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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