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운여해변

지슬의 세계 2020. 12. 31. 12:30

운여해변

 

                                  지슬 박경남

 

 

거칠었던 파도도 피곤에 지친 듯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조차도 숨을 죽인다

 

소나무 숲의 그림자가

빛을 그리워 할 때

은하수가 신기루 같은 넓은 길을 펼친다

 

매서운 추위에 잔뜩 움츠려 걸었던 눈길이

소년의 마음에 각인된

별이 유난히 밝았던 그 날의 잔상

 

외가로 가는 길 버스마저 끊긴

텅 빈 들판 길을 걸으며

내뿜는 더운 입김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는가

초로에 접어든 나이에

별을 헤는 소년이 되어 본다